지방소멸과 복지, 인구가 줄어드는 지역의 복지는 누가 책임지나

지방소멸과 복지, 인구가 줄어드는 지역의 복지는 누가 책임지나

경북의 한 군 지역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던 산부인과가 문을 닫았다.

가장 가까운 병원까지 차로 한 시간이 넘는다. 임산부는 출산일이 다가오면 미리 도시로 나가 지인 집에 머물다 아이를 낳고 돌아온다. 아이를 낳는 일조차 고향에서 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것은 특정 지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전국 수십 개 군 지역에서 반복되는 일상이다.

지방소멸이라는 단어가 통계 너머의 현실로 다가오는 장면이다. 그리고 그 현실의 중심에는 복지의 공백이 있다.


지방소멸이란 무엇인가

지방소멸은 단순히 인구가 줄어드는 현상이 아니다. 지역 사회를 유지하는 기반 자체가 무너지는 과정이다.

인구가 줄면 세수가 줄고, 세수가 줄면 공공서비스를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학교가 문을 닫고, 병원이 사라지고, 대중교통이 끊긴다. 그러면 남아 있던 사람들도 떠나기 시작한다. 이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지역이 기능을 잃어간다.

일본의 사회학자 마스다 히로야는 2014년 저서 《지방소멸》에서 2040년까지 일본 지방자치단체의 절반이 소멸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은 일본보다 빠른 속도로 같은 길을 걷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전국 228개 시군구 중 상당수를 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하고 있다. 일부 군 지역은 이미 소멸 고위험 단계에 진입했다.



지방에 남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지방 인구가 줄어들 때 먼저 떠나는 사람들이 있다. 젊은 사람들, 교육받은 사람들, 경제적 여력이 있는 사람들이다. 남는 사람들은 대부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고령의 노인, 몸이 불편한 장애인, 오랫동안 뿌리를 내려 이제 와서 옮기기 어려운 사람들이 남는다. 이들은 복지 수요가 가장 높은 계층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복지가 가장 필요한 사람들이 복지 인프라가 가장 빠르게 사라지는 곳에 남겨진다.

농촌 노인의 현실을 보면 이것이 추상적인 이야기가 아님을 알 수 있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 버스도 없는 마을에서 혼자 살아간다. 요양보호사가 오기는 하지만 인력이 부족해 충분한 서비스를 받지 못한다. 병원에 가려면 택시를 불러야 하는데 그마저도 없는 경우가 있다. 도시에서 당연하게 누리는 복지 서비스가 이곳에서는 사치다.


복지의 지역 격차는 얼마나 심각한가

같은 나라 안에서 어디에 사느냐에 따라 받을 수 있는 복지 서비스의 수준이 크게 다르다.

서울에는 다양한 복지관, 의료 기관, 돌봄 서비스 제공 기관이 촘촘하게 분포해 있다.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도 많고, 정신건강 지원 센터도 가깝다. 반면 인구 소멸 위기 지역에서는 같은 제도가 있어도 실제로 서비스를 제공할 인력과 기관이 없어 이용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복지 예산이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집행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재정이 약한 지자체일수록 복지 서비스의 질이 낮을 수밖에 없다. 국가가 제도를 만들어도 지역 재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그 제도는 종이 위에만 존재한다.



지방소멸 시대의 복지는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

인구가 줄어드는 지역에서 도시와 똑같은 방식으로 복지를 제공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첫째, 찾아가는 복지의 강화다. 서비스 기관이 없는 곳에서는 사람이 기관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기관이 사람을 찾아가야 한다. 이동 의료 서비스, 방문 요양, 복지 순회 버스 같은 방식이 그것이다. 이미 일부 지역에서 시행되고 있지만 인력과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

둘째, 디지털 복지 인프라의 확충이다. 원격 의료, 비대면 복지 상담, 온라인 서비스 신청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면 이동이 어려운 노인과 장애인도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다. 다만 디지털 기기 사용이 어려운 고령층을 위한 보완 장치가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셋째, 국가의 재정 책임 강화다. 지방 재정이 부족한 구조에서 복지를 지자체에만 맡겨두면 격차는 계속 벌어진다. 중앙 정부가 소멸 위험 지역에 복지 재원을 우선적으로 배분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지역 균형 발전과 복지는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


지방소멸은 복지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방소멸을 복지 서비스 공급만의 문제로 보는 것은 좁은 시각이다. 근본적으로는 왜 사람들이 지방을 떠나는가의 문제를 함께 봐야 한다.

일자리가 없어서 떠난다. 교육 환경이 열악해서 떠난다. 문화 시설이 없어서 떠난다. 이 모든 것이 삶의 질과 직결되고, 삶의 질은 복지와 직결된다. 좋은 학교, 좋은 의료 환경, 안전한 주거, 문화 활동의 기회 — 이것들이 갖춰진 지역에는 사람이 머문다.

지방소멸을 막으려면 복지 인프라를 포함한 삶의 질 전반을 높여야 한다. 지역에 살아도 도시와 크게 다르지 않은 복지 수준을 누릴 수 있다면, 굳이 서울로 몰릴 이유가 줄어든다. 지방 분권과 복지 분권이 함께 가야 하는 이유다.



지방소멸은 통계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 이 순간 버스도 병원도 없는 마을에서 혼자 살아가는 노인의 현실이다. 그 현실 앞에서 복지는 선택이 아니다.

어디에 태어나고 어디에 사느냐와 관계없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것이 복지의 원칙이다. 지방이라는 이유로 그 원칙에서 제외되어서는 안 된다. 지방소멸 시대의 복지는 더 정교하고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 사람이 줄어든다고 복지도 줄어들면 남겨진 사람들은 이중으로 버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