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은 280만 명을 넘어섰다.
건설 현장, 공장, 농촌, 음식점. 내국인이 기피하는 일자리를 채우며 한국 경제의 빈자리를 메우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세금을 내고 건강보험료를 납부하면서도, 정작 복지 시스템 안에서는 철저히 주변부에 머문다. 일할 때는 필요하고, 아프거나 다치면 혼자 감당해야 하는 구조다.
외국인 노동자 문제는 이민 정책의 문제이기 전에, 지금 이 땅에서 일하는 사람을 어떻게 대우할 것인가의 문제다.
한국의 외국인 노동자, 누구인가

외국인 노동자의 상당수는 고용허가제(E-9 비자)로 입국한다. 네팔, 베트남,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등 주로 아시아 개발도상국 출신이다. 계약 기간은 최대 4년 10개월이며, 사업주가 동의해야만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다.
이 구조가 문제의 출발점이다. 사업장 변경이 제한된 노동자는 사용자에게 종속될 수밖에 없다. 임금 체불, 폭언, 과도한 노동을 당해도 참는 경우가 많다. 신고하면 사업장 변경이 어려워지고, 최악의 경우 본국으로 돌아가야 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작동한다.
산재, 알아도 신청 못 하는 이유
외국인 노동자도 산업재해보상보험 적용 대상이다. 법적으로는 내국인과 동일한 보호를 받는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산재 신청 과정은 복잡하다. 한국어로 된 서류, 생소한 행정 절차, 사업주의 비협조. 언어 장벽이 있는 외국인 노동자가 혼자 헤쳐나가기 어려운 과정이다. 사업주가 산재 처리를 꺼리며 합의를 종용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적은 합의금을 받고 넘어가거나, 아예 치료비를 본인이 부담하는 사례가 반복적으로 보고된다.

농업 분야 외국인 노동자는 근로기준법 일부 조항의 적용에서 제외된다. 휴일 규정, 근로시간 제한이 적용되지 않는 영역이 있다. 같은 땀을 흘리면서도 법적 보호의 두께가 다르다.
건강보험의 빈틈
2019년부터 6개월 이상 체류하는 외국인은 건강보험 의무 가입 대상이 됐다. 보험료를 내는 만큼 혜택도 받는 구조다. 방향은 맞다.
그러나 미등록 외국인, 즉 불법 체류자는 건강보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국내 미등록 외국인은 40만 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아파도 병원에 가기 어렵다. 신분이 노출될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결핵, 감염병 등 공중보건과 연결된 질환이 방치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는 외국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부 지자체와 민간단체가 미등록 외국인을 위한 무료 진료소를 운영하고 있지만,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임금 체불, 반복되는 문제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 노동자 임금 체불 신고 건수는 매년 수천 건에 달한다. 실제 체불 규모는 신고 건수보다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 신고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체불 임금을 받으려면 노동청에 진정을 넣고 수개월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 기간 동안 체류 자격 유지가 불투명해질 수 있다. 정당한 권리를 찾으려다 오히려 더 불안정한 상황에 놓이는 역설이다. 이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임금 체불은 반복된다.
사람으로 대우받을 권리
외국인 노동자를 둘러싼 논의는 종종 내국인 일자리 잠식, 사회 비용 증가 같은 프레임으로 흘러간다. 그러나 핵심은 단순하다. 한국 땅에서 일하고 세금을 내는 사람이라면 최소한의 노동권과 인간적 대우를 보장받아야 한다.
복지는 국적으로 나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다치면 치료받고, 일한 만큼 임금을 받고, 부당한 대우에 맞설 수 있는 권리. 이것은 내국인과 외국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다. 한국 사회가 외국인 노동자를 어떻게 대우하는가는 이 사회의 복지 수준을 가늠하는 또 다른 척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