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지금 돌봄의 위기를 겪고 있다.
맞벌이 부부는 아이를 맡길 곳을 찾지 못해 직장을 포기한다. 홀로 사는 노인은 아파도 병원에 데려다줄 사람이 없다. 장애인 가족을 돌보던 중년 여성은 10년째 집 밖을 나가지 못했다. 이 세 장면의 공통점은 하나다. 돌봄이 필요한 사람은 있는데, 돌볼 사람이 없다.
돌봄 공백은 특정 가정의 불운이 아니다. 사회 전체가 만들어낸 구조적 결과다.
돌봄은 왜 항상 여성의 몫이었나

한국 사회에서 돌봄은 오랫동안 여성의 무급 노동으로 유지되어 왔다. 육아, 간병, 노인 돌봄 모두 가족 안에서, 특히 여성이 담당하는 것이 당연시됐다. 국가는 이 무급 노동에 기대어 돌봄 인프라 투자를 미뤄왔다.
그러나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늘면서 이 구조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돌봄을 전담하던 사람들이 노동시장으로 나갔다. 그 빈자리를 채울 사회적 시스템은 준비되지 않았다. 돌봄의 공백은 그렇게 시작됐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돌봄을 이유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은 매년 수십만 명에 달한다. 돌봄과 커리어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구조가 저출생 문제와도 직결된다. 아이를 낳으면 직장을 잃을 수 있다는 현실 앞에서 출산을 포기하는 선택은 합리적이다.
공적 돌봄 인프라의 현실
어린이집과 요양시설이 있다. 그러나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
국공립 어린이집 대기는 수개월에서 1년 이상이 기본이다. 직장 어린이집은 대기업 중심으로만 운영되고,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 노동자의 자녀는 사실상 접근이 어렵다. 민간 어린이집에 보내면 비용 부담이 크다. 결국 조부모에게 육아를 맡기거나, 한 명이 직장을 그만두는 방식으로 해결하는 가정이 많다.

노인 돌봄도 마찬가지다. 요양시설 입소 대기, 방문요양 서비스 시간 부족, 주간보호센터 접근성 문제. 공적 인프라가 있기는 하지만 촘촘하지 않다. 그 틈을 가족이 메운다. 주로 중년 여성이 메운다.
돌봄의 사회화, 어디까지 왔나
돌봄을 개인과 가족의 문제에서 사회 전체의 책임으로 전환하자는 논의는 오래됐다. 실제로 제도적 진전도 있었다. 장기요양보험 도입, 아이돌봄서비스 확대, 육아휴직 제도 개선 등이 그 결과다.
그러나 제도와 현실 사이의 거리는 여전히 크다. 육아휴직 사용률은 여성에 편중되어 있고, 남성 육아휴직은 중소기업에서는 여전히 눈치를 봐야 하는 문화가 남아 있다. 아이돌봄서비스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고, 연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돌봄의 사회화는 선언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예산, 인력, 인프라가 실제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지금의 속도로는 돌봄 공백이 해소되기 전에 고령화가 먼저 정점에 도달한다.
돌봄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다
돌봄 인프라에 투자하는 것을 복지 지출 증가로만 바라보는 시각이 있다. 그러나 다르게 볼 수 있다.
돌봄 서비스가 충분히 공급되면 경력단절 여성이 줄어들고 노동시장 참여율이 높아진다.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면 출산율 하락에 제동을 걸 수 있다. 노인 돌봄 인프라가 갖춰지면 가족 부양 부담이 줄어 중장년층의 경제활동이 유지된다.
돌봄에 쓰는 돈은 사라지는 비용이 아니다. 사회 전체의 생산성과 지속 가능성을 유지하는 투자다. 돌볼 사람이 없는 사회는 결국 모두가 돌봄이 필요한 사회로 빠르게 이행한다. 그 전에 구조를 바꿔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