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살아도 가난한 청년들이 있다.
취업 준비 중인 27세, 월세 40만 원짜리 고시원에 산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월 120만 원을 번다. 기초생활수급 신청을 알아봤지만 부모가 있다는 이유로 탈락했다. 부모는 지방에 살고 연락도 드문드문 한다. 경제적 지원은 전혀 없다. 그러나 서류상 부양 가능한 가족이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국가 복지망 바깥에 놓인다.
이것이 한국 청년 빈곤의 전형적인 얼굴이다.
청년 빈곤, 얼마나 심각한가

통계청 자료 기준 20~30대 1인 가구의 상대적 빈곤율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청년 1인 가구 중 중위소득 50% 이하에 해당하는 비율은 20%를 넘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5명 중 1명꼴이다.
문제는 이 빈곤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노인 빈곤은 폐지 줍는 어르신의 모습으로 가시화되지만, 청년 빈곤은 고시원 방 안에, 반지하 자취방 안에, SNS 피드 뒤에 숨어 있다. 가난하다는 사실 자체를 드러내기 어려운 나이이기도 하다. 보이지 않으니 정책 우선순위에서도 밀린다.
복지 제도는 청년을 어떻게 대하는가
한국 복지 시스템의 기본 설계는 가구 단위다. 개인의 소득과 재산이 아니라, 가구 전체의 소득 인정액을 기준으로 수급 여부를 판단한다. 여기서 청년은 구조적으로 불리하다.
20대 청년이 독립해 혼자 살더라도, 부모의 소득과 재산이 일정 수준 이상이면 수급 신청이 막힌다. 부양의무자 기준이 생계급여에서는 폐지됐지만, 실제 소득 인정액 산정 과정에서 부모와의 관계가 여전히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있다. 법적으로 독립한 성인이지만, 복지 시스템 안에서는 여전히 부모의 자녀로 취급된다.

청년 특화 복지 프로그램이 없는 건 아니다. 청년도약계좌, 청년내일저축계좌, 청년월세지원 등 다양한 제도가 존재한다. 그러나 이 제도들은 대부분 근로 중인 청년을 대상으로 한다. 취업 준비 중이거나 구직을 단념한 상태, 불규칙한 단기 일자리를 전전하는 청년은 이 제도들에서도 비껴간다. 가장 도움이 필요한 청년이 가장 접근하기 어려운 구조다.
주거 문제가 빈곤을 고착시킨다
청년 빈곤에서 주거 문제는 빠질 수 없다. 소득의 상당 부분이 월세로 나가는 구조에서는 아무리 벌어도 자산을 쌓기 어렵다.
서울 기준 청년 1인 가구가 구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은 보증금 1천만 원 전후, 월세 50만~70만 원 수준의 원룸이다. 월 150만 원을 벌면 절반 가까이가 주거비로 나간다. 식비, 교통비, 통신비를 제외하면 저축할 여력은 사실상 없다.
청년 월세 지원 제도가 있지만 예산 한계로 신청 경쟁이 치열하고, 지원 기간도 한시적이다. 구조적 문제를 일시적 지원으로 덮는 방식으로는 청년 주거 빈곤을 해결할 수 없다.
왜 청년 복지는 우선순위에서 밀리나

복지 예산의 배분 구조를 보면 청년이 얼마나 소외되어 있는지 드러난다. 노인 복지 예산은 고령화와 함께 매년 빠르게 증가한다. 반면 청년 대상 복지 예산은 상대적으로 작고, 단발성 사업이 많다.
이는 단순히 노인이 더 가난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투표율과 정치적 영향력의 차이가 복지 예산 배분에 반영된다는 분석이 꾸준히 제기된다. 노인 세대는 투표율이 높고 조직화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청년은 상대적으로 정치적 동원력이 약하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복지는 필요만큼이 아니라 목소리만큼 배분되는 경향이 있다.
청년 빈곤은 지금 당장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방치하면 10~20년 후 더 심각한 사회 문제로 돌아온다. 지금 가난한 청년이 노후 준비를 할 수 없다면, 미래의 노인 빈곤율은 지금보다 더 높아진다. 청년 복지에 투자하는 것은 미래 세대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선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