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을 쉬는 것 외에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사람이 있다.
척수장애, 루게릭병, 뇌병변 중증 장애인 중 일부는 식사, 배변, 이동, 의사소통 모두에서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다. 24시간 지원이 없으면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다. 이들에게 활동지원 서비스는 선택이 아니라 생명줄이다.
그러나 한국의 장애인 활동지원 제도는 이 현실을 온전히 담지 못하고 있다.
활동지원 시간, 얼마나 받는가
장애인 활동지원 급여는 장애 정도와 서비스 필요도에 따라 등급이 나뉘고, 월 지원 시간이 결정된다. 최고 등급을 받아도 월 480시간 내외가 한계다. 하루 평균 16시간 수준이다.
24시간 지원이 필요한 최중증 장애인에게 하루 16시간은 8시간의 공백을 의미한다. 그 8시간은 가족이 메운다. 가족이 없거나 가족이 감당할 수 없는 경우 그 시간은 위험이 된다.

활동지원사 부족도 문제다. 지원 시간을 받아도 실제로 일할 활동지원사를 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야간, 주말, 명절 시간대는 특히 구하기 어렵다. 가장 필요한 시간에 사람이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탈시설과 활동지원의 연결
앞서 살펴본 장애인 탈시설 문제와 활동지원은 직접 연결된다. 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에서 살려면 활동지원이 충분해야 한다. 활동지원이 부족하면 탈시설은 구호에 머문다.
24시간 활동지원이 가능해야 시설 없이 살 수 있는 중증 장애인이 늘어난다. 그러나 예산 한계로 지원 시간 확대는 더디게 진행된다. 탈시설을 추진하면서 활동지원 예산을 충분히 늘리지 않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이다.

장애인 당사자 단체는 오랫동안 24시간 활동지원을 요구해왔다. 지하철 시위, 국회 앞 농성. 이들의 요구는 특별한 혜택이 아니다. 살기 위한 최소한이다.
활동지원사의 노동 조건
활동지원 서비스의 질은 활동지원사의 처우와 직결된다. 그러나 활동지원사의 노동 조건은 열악하다.
시간당 급여는 최저임금 수준에 가깝고, 4대 보험 적용이 불안정한 경우도 있다. 중증 장애인을 돌보는 신체적, 정신적 부담은 크지만 이에 걸맞은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직률이 높고 신규 인력 유입이 적다. 활동지원사가 부족한 근본 원인이다.
장애인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지원을 받으려면 활동지원사가 충분히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이 일이 지속 가능한 직업이 되어야 한다. 장애인 복지와 활동지원사 처우 개선은 분리된 문제가 아니다.
생존이 아닌 삶을 위한 지원
중증 장애인에게 필요한 것은 생존 유지만이 아니다. 일하고, 공부하고, 여행하고, 사랑하고, 사회에 참여하는 삶. 활동지원은 이 모든 것의 기반이다.
지원 시간이 생존에 필요한 최소치에만 맞춰져 있으면 장애인의 삶은 방 안에 갇힌다. 외출을 하고 싶어도 지원 시간이 없으면 나갈 수 없다. 일자리를 갖고 싶어도 출퇴근을 도와줄 사람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24시간 활동지원은 복지 비용이 아니다. 장애인이 사회 구성원으로 존재할 수 있게 하는 사회적 투자다. 얼마나 장애가 심한 사람도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는가. 그것이 장애인 복지의 수준을 가르는 기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