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복지의 공백 — 지방에 살면 복지도 멀어진다

같은 나라에 살지만 복지의 질이 다르다.

서울에 사는 노인과 경북 산간 지역에 사는 노인이 받을 수 있는 복지 서비스는 종류도, 접근성도, 질도 다르다. 병원까지 버스로 두 시간, 복지관은 읍내에 하나, 방문요양 서비스를 신청해도 담당자가 없어서 기다려야 한다. 같은 세금을 내고 같은 제도의 적용을 받지만 실제로 누릴 수 있는 복지는 주소에 따라 달라진다.

지방소멸 위기와 농촌 복지 공백은 같은 문제의 두 얼굴이다.


농촌 노인이 마주하는 현실

농촌 지역 노인 인구 비율은 도시보다 월등히 높다. 전남, 경북, 강원 일부 군 지역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40%를 넘는 곳도 있다. 복지 수요는 가장 높은 지역에서 복지 공급은 가장 얇다.

의료 접근성이 가장 심각한 문제다. 농촌 지역 보건소와 보건지소가 있지만 전문 진료는 제한적이다. 내과, 정형외과 진료를 위해 도시 병원까지 이동해야 하는데, 대중교통이 하루 몇 차례뿐인 지역에서 이 이동은 큰 부담이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에게는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요양 서비스도 부족하다. 방문요양 인력이 농촌까지 오려 하지 않는다. 이동 시간이 길고 수익이 낮기 때문이다. 장기요양 등급을 받아도 서비스를 실제로 연결받지 못하는 농촌 노인이 있다.


복지 인프라의 도농 격차

복지관, 정신건강복지센터, 장애인 지원 시설, 노인 주간보호센터. 이런 인프라는 대부분 도시에 집중되어 있다. 농촌 지역은 시설 자체가 없거나 읍내에 하나 있는 수준이다.

읍내 복지관까지 대중교통으로 한 시간이 걸리는 마을에서 복지 서비스 이용은 이동 수단을 가진 사람에게만 가능한 일이 된다. 자가용이 없고, 운전을 못 하고, 버스도 드문 고령 독거 노인에게 복지관은 있으나 마나 한 존재다.

찾아가는 서비스가 대안이지만 인력이 부족하다. 농촌 지역 복지 담당 공무원 1인이 담당하는 면적과 가구 수는 도시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물리적으로 전 가구를 방문하는 것이 불가능한 구조다.


소멸 위기 지역의 악순환

인구가 줄면 복지 수요는 남고 복지 공급 기반은 무너진다. 세수가 줄어 지자체 예산이 감소하고, 복지 인력을 유치하기 어려워지고, 서비스 질이 떨어지면 남아 있던 사람마저 떠난다. 소멸 위기 지역의 복지 악순환이다.

국가 균형 발전 차원에서 농촌 복지 지원을 강화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자체 자체 재원으로는 한계가 있다. 중앙정부가 농촌 지역 복지 인프라와 인력에 직접 투자하지 않으면 격차는 벌어질 수밖에 없다.

이동 복지, 원격 의료, 마을 단위 돌봄 공동체. 농촌 현실에 맞는 복지 모델을 찾는 시도들이 있다. 방향은 맞지만 속도가 문제다. 지방에 산다는 이유로 더 적은 복지를 받는 구조는 정의롭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