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 빈곤: 집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집답지 않은 곳에 산다는 것

한국에서 집 없는 사람은 눈에 띈다. 그러나 집답지 않은 곳에 사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고시원 방 한 칸, 반지하, 옥탑방, 비닐하우스 주거. 주소지는 있고 지붕도 있다. 그러나 햇빛이 들지 않고, 환기가 안 되고, 화재에 취약하고, 여름엔 찜통이고 겨울엔 냉골이다. 이런 곳에 사는 사람을 노숙자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러나 이것이 주거라고 부를 수 있는가.

통계청 기준 비주택 거처 거주 인구는 50만 명을 넘는다.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주택에 사는 가구까지 포함하면 주거 빈곤 인구는 훨씬 많다.


최저주거기준, 얼마나 지켜지고 있나

국토교통부가 정한 최저주거기준은 1인 가구 기준 전용면적 14㎡ 이상, 적절한 채광과 환기, 상하수도 설비 등을 포함한다. 법적으로 이 기준 이하의 주거는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그러나 현실에서 이 기준은 강제력이 약하다. 고시원의 경우 건축법상 다중생활시설로 분류되어 주택법의 최저주거기준 적용을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3~4㎡ 남짓한 고시원 방에 사는 사람이 법의 보호 바깥에 놓이는 이유다. 제도의 허점이 주거 빈곤을 합법적으로 방치한다.


반지하의 현실

2022년 서울 집중호우 당시 반지하에 살던 일가족이 침수로 사망했다. 이 사건은 반지하 주거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서울시는 이후 반지하 주거 해소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반지하에 사는 사람들이 당장 나올 수 있는 곳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서울 기준 반지하 거주 가구는 20만 가구에 육박한다. 이들 대부분은 더 나은 주거를 원하지만 비용 때문에 선택지가 없다. 반지하보다 나은 곳의 월세는 반지하보다 훨씬 비싸다.

대책이 나와도 이행 속도가 느린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지하 거주자를 위한 충분한 대체 주거가 공급되지 않으면 퇴거 압박은 또 다른 주거 불안으로 이어진다.


청년과 노인, 주거 빈곤의 양극단

주거 빈곤은 특정 세대에 집중된다. 청년과 노인이 양극단에 있다.

청년층은 독립 직후 주거 비용 부담이 가장 크다. 보증금을 마련하기 어려운 청년들이 고시원이나 쪽방으로 밀려난다. 주거급여를 받을 수 있는 기준에 해당하더라도 부모와의 관계 때문에 신청이 막히는 경우도 앞서 살펴본 대로 존재한다.

노인층은 노후화된 주택에 오래 거주하는 경우가 많다. 집 자체는 있지만 수리 여력이 없어 붕괴 위험이 있는 집에 사는 노인, 농촌 지역 빈집에 홀로 사는 노인이 여기에 해당한다. 자가 보유라는 이유로 주거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실질적 주거 환경은 매우 열악하다.


주거급여, 얼마나 실효성이 있나

주거급여는 기준 중위소득 48% 이하 가구에 임차료 또는 주택 수선비를 지원하는 제도다. 방향은 맞지만 지급 금액이 실제 임대 시장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비판이 꾸준하다.

서울 1인 가구 기준 주거급여 기준임대료는 월 34만 1천 원 수준이다. 그러나 서울에서 이 금액으로 구할 수 있는 방은 사실상 고시원밖에 없다. 주거급여를 받으면서도 열악한 주거를 벗어나지 못하는 역설이 발생한다.


집은 복지의 기반이다

주거는 단순히 잠을 자는 공간이 아니다. 건강, 교육, 취업, 정신적 안정 모두 안정적인 주거를 기반으로 한다. 열악한 주거 환경은 건강을 악화시키고, 아이의 학습 능력을 떨어뜨리고, 구직 활동을 어렵게 만든다. 주거 빈곤은 다른 모든 빈곤을 심화시키는 토대다.

집답지 않은 곳에 사는 사람들을 가시화하는 것이 먼저다. 통계에 잡히지 않으면 정책도 없다. 최저주거기준의 실질적 적용 범위를 넓히고, 주거급여 지급액을 현실화하고,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것. 방향은 알고 있다. 속도의 문제다.

주거 빈곤은 개인이 해결할 수 없다. 시장이 해결하지 않기 때문에 국가가 개입해야 하는 영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