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돌봄의 가족 부담: 며느리도 딸도 아닌 국가가 돌봐야 한다

한국에서 노인을 돌보는 일은 아직도 가족의 몫이다.

치매 진단을 받은 부모를 집에서 돌보는 60대 자녀, 시부모 간병을 위해 직장을 그만둔 40대 여성, 홀로 남은 배우자를 10년째 돌보는 80대 노인. 이 장면들은 한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현실이다. 공식적인 돌봄 체계가 있음에도 실제 돌봄의 상당 부분은 여전히 가족, 특히 여성 가족 구성원이 감당한다.

돌봄은 사랑이기도 하지만 노동이다. 그 노동이 오직 가족의 희생으로만 유지되는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가족 돌봄의 실제 무게

노인 돌봄은 24시간 365일 이어지는 노동이다. 식사 준비, 투약 관리, 배변 처리, 목욕, 병원 동행. 이 중 어느 것도 가볍지 않다. 치매 환자를 돌보는 경우 밤에도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날이 이어진다. 신체적 소진과 함께 정서적 소진이 누적된다.

가족 돌봄자의 우울증 유병률은 일반 인구보다 현저히 높다. 돌봄을 제공하면서 자신의 건강을 챙기지 못해 돌봄자가 먼저 쓰러지는 사례도 드물지 않다. 돌봄 제공자가 무너지면 피돌봄자도 함께 위기에 처한다. 그러나 가족 돌봄자를 위한 지원 체계는 매우 취약하다.

경제적 타격도 크다. 돌봄을 위해 직장을 그만두거나 근로시간을 줄이면 소득이 감소한다. 노후 준비도 중단된다. 부모를 돌보다 자신의 노후가 위태로워지는 중장년층이 만들어지는 구조다.


장기요양보험은 충분한가

2008년 도입된 노인장기요양보험은 일상생활이 어려운 노인에게 요양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다. 방문요양, 방문목욕, 주간보호, 시설 입소 등의 서비스를 지원한다. 제도 도입 이후 가족 돌봄 부담이 일정 부분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계가 명확하다. 장기요양 등급을 받아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데, 등급 판정 기준이 엄격해 실제 돌봄이 필요한 노인 중 상당수가 등급 외 판정을 받는다. 등급을 받더라도 급여 시간이 제한적이다. 하루 몇 시간 방문요양으로는 24시간 돌봄이 필요한 중증 노인을 감당하기 어렵다.

결국 서비스가 끝나는 시간 이후는 다시 가족의 몫이다. 낮에는 요양보호사가, 밤에는 가족이 돌보는 구조. 공식 돌봄과 비공식 돌봄이 교대로 이어지는 방식으로 버티는 가정이 많다.


돌봄의 성별 불균형

노인 돌봄을 누가 담당하는지 보면 성별 편중이 뚜렷하다. 가족 돌봄자의 상당수는 여성이다. 며느리, 딸, 배우자. 직계 남성 가족 구성원이 돌봄을 직접 담당하는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다.

이 불균형은 문화적 기대에서 비롯된다. 돌봄은 여성이 자연스럽게 맡아야 한다는 암묵적 규범이 여전히 작동한다. 직장을 그만두고 돌봄에 전념하는 쪽도 대부분 여성이다. 돌봄으로 인한 경력 단절, 소득 감소, 노후 준비 부족이 고스란히 여성에게 집중된다.

남성 가족 돌봄자가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구조적 변화 없이 개인의 의식 변화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돌봄 부담이 특정 성별에 집중되지 않도록 제도가 뒷받침해야 한다.


국가 돌봄 책임의 확대가 필요하다

고령화 속도를 고려하면 지금의 가족 중심 돌봄 구조는 유지될 수 없다. 돌봄을 제공할 가족 구성원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 1인 가구와 무자녀 가구가 늘면서 노후에 가족 돌봄을 기대하기 어려운 노인이 증가한다. 가족이 없거나 가족에게 기댈 수 없는 노인을 누가 돌볼 것인가.

답은 국가와 사회다. 장기요양 급여 시간 확대, 돌봄 인력 처우 개선, 가족 돌봄자를 위한 휴식 지원 프로그램 강화, 24시간 긴급 돌봄 체계 구축. 방향은 이미 알고 있다.

돌봄은 가족의 사랑으로 감당해야 할 의무가 아니다. 사회 전체가 함께 짊어져야 할 공동의 책임이다. 며느리도 딸도 아닌 국가가 책임지는 돌봄 체계를 만드는 것. 그것이 고령 사회를 제대로 준비하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