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수천 명이 아무도 모르게 죽는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3년 고독사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고독사 사망자 수는 연간 3,500명을 넘어섰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사례까지 포함하면 실제 숫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고독사는 더 이상 일부 노인층의 문제가 아니다. 40~50대 중장년 남성의 비율이 빠르게 늘고 있고, 20~30대 사례도 해마다 보고된다.
문제는 숫자가 아니다. 이 죽음들이 예방 가능했다는 점이다.
고독사는 갑자기 일어나지 않는다
고독사는 어느 날 갑자기 발생하는 사건이 아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사회적 연결이 끊기고, 경제적 기반이 무너지고, 건강이 악화되는 과정의 끝에 놓인다.
연구자들은 이 과정을 사회적 고립의 심화라고 부른다. 직장을 잃고, 가족과 멀어지고, 이웃과의 교류가 사라지는 단계가 누적될수록 고독사 위험은 높아진다. 특히 중장년 남성의 경우 사회적 관계망이 직장 중심으로 형성되는 경우가 많아, 퇴직 이후 급격한 고립 상태에 빠지는 패턴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국가는 고독사를 어떻게 다루고 있나
2021년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시행됐다. 5년마다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지방자치단체가 예방 계획을 수립하도록 의무화했다. 제도적 틀은 마련된 셈이다.
그러나 실행 수준은 지역마다 극단적으로 다르다. 서울시는 고독사 위험군 모니터링 시스템을 운영하며 사회관계망 분석을 통해 위험 징후를 감지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반면 인력과 예산이 부족한 농어촌 지역에서는 담당 공무원 1명이 수백 명의 위험군을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 일반적이다.
법은 전국에 동일하게 적용되지만, 그 법이 실제로 작동하는 방식은 거주 지역에 따라 전혀 다르다.
고독사 위험군, 누구인가

고독사 위험군의 특성은 비교적 명확하게 파악되어 있다.
1인 가구이면서 실직 상태, 만성질환 보유, 사회적 교류 단절이 겹치는 경우 위험도가 급격히 높아진다. 특히 중장년 남성 1인 가구는 가장 취약한 집단으로 분류된다. 이들은 복지 수급 기준에서 탈락하는 경우도 많고, 스스로 도움을 요청하는 비율도 낮다.
주목할 점은 고독사 위험이 반드시 빈곤과 직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안정된 상태에서도 사회적 고립이 심화되면 고독사로 이어질 수 있다. 즉, 고독사는 복지 수급 여부와 무관하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다. 기존 복지 시스템이 이 문제를 온전히 포착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감지 시스템의 현실
일부 지자체는 전기·수도 사용량 데이터, 쓰레기 배출 패턴, 스마트 플러그 작동 여부 등을 활용해 고립 징후를 감지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기술적으로는 가능성이 있는 접근이다.
그러나 이 시스템에도 한계가 있다. 데이터 수집에 동의한 사람만 대상이 된다. 정작 고립이 심한 사람일수록 이런 서비스에 등록하지 않는다. 감지 시스템의 사각지대가 또 다른 사각지대를 만드는 구조다.

이웃이 사라진 사회에서 국가가 할 수 있는 것
고독사 문제의 근본에는 공동체의 해체가 있다. 아파트 문화의 확산, 핵가족화, 온라인 중심의 관계 형성. 이웃이 누군지 모르는 것이 당연한 사회가 됐다.
국가가 공동체를 강제로 복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공백을 메울 최소한의 안전망을 설계하는 것은 국가의 역할이다. 정기적인 안부 확인 체계, 위험군 조기 발굴 인프라, 당사자가 스스로 연결을 요청할 수 있는 접근성 높은 창구. 기술이나 예산의 문제가 아니라 우선순위의 문제다.
혼자 죽어가는 사람을 얼마나 빨리 발견하느냐가 아니라, 혼자 죽어가는 상황 자체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 그것이 복지 국가의 진짜 척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