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 여성과 복지, 결혼해서 왔지만 보호받지 못하는 사람들

한국 남성과 결혼해 한국에 온 여성이 있다.

언어도 문화도 낯선 나라에서 시작하는 결혼 생활. 처음에는 모든 것이 남편과 시댁에 의존된다. 통장도 남편 명의, 휴대폰도 남편이 개설, 외출도 남편의 허락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그 구조 안에서 폭력이 시작되어도 신고할 방법을 모르고, 신고해도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른다. 비자가 남편에게 묶여 있어 이혼하면 한국에 있을 수 없다는 두려움이 침묵을 강제한다.

2023년 기준 국내 결혼이민자는 약 17만 명이다. 이 중 여성이 80% 이상을 차지한다.


결혼이민 여성이 처한 구조적 취약성

결혼이민 여성의 취약성은 제도적으로 만들어진다. 한국 체류 자격이 결혼 유지에 종속되어 있는 구조가 핵심이다. 결혼비자(F-6)는 혼인 관계가 유지되어야 갱신이 가능하다. 이혼하거나 별거 상태가 되면 체류 자격이 불안정해진다.

이 구조가 폭력적인 관계에서 탈출을 어렵게 만든다. 남편의 폭력을 피해 집을 나오면 갈 곳도 없고 체류 자격도 흔들린다. 가해자가 체류 자격을 무기로 피해자를 통제하는 상황이 실제로 발생한다. 신고하면 추방될 수 있다는 두려움은 근거 없는 것이 아니다. 제도의 허점이 폭력을 가능하게 한다.

경제적 종속도 문제다. 한국어가 서툰 상태에서 취업은 어렵고, 취업 정보에 접근하기도 쉽지 않다. 남편이 경제권을 쥐고 있으면 돈 한 푼 없이 집을 나와야 하는 상황이 된다.


가정폭력, 이중의 장벽

결혼이민 여성이 가정폭력 피해를 당했을 때 직면하는 장벽은 내국인 피해자보다 훨씬 높다.

언어 장벽이 첫 번째다. 112에 신고해도 한국어로 상황을 설명하기 어렵다. 경찰이 출동해도 통역 없이는 소통이 제한된다. 피해 진술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사건이 축소되거나 종결될 수 있다.

체류 자격 불안이 두 번째다. 신고하면 남편이 이혼 소송을 제기하고 체류 자격 갱신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공포. 가해자가 이것을 알고 피해자를 협박하는 수단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사회적 고립이 세 번째다. 친정 가족은 본국에 있고, 한국에 아는 사람이 없다. 시댁 외에 기댈 곳이 없는 상태에서 시댁이 가해 측인 경우 완전한 고립에 놓인다. 이웃과의 교류도 없어 외부에서 피해 사실을 알기 어렵다.


지원 체계는 있는가

이주 여성을 위한 지원 제도가 없는 건 아니다. 이주여성긴급지원센터(다누리콜센터 1577-1366)는 24시간 다국어 상담을 제공한다. 이주여성 쉼터가 전국에 운영되고 있고, 한국어 교육, 취업 지원, 법률 상담 서비스도 있다.

그러나 이 제도들이 실제로 필요한 사람에게 닿는지는 다른 문제다. 지원 제도의 존재를 모르는 경우가 많고, 알아도 찾아가기 어려운 상황에 있는 경우가 많다. 쉼터 수용 인원이 제한적이고 지역 편차도 크다. 농어촌 지역에 거주하는 이주 여성은 가까운 지원 기관 자체가 없는 경우도 있다.

체류 자격 문제에 대한 법적 보호도 보완이 필요하다. 가정폭력 피해를 이유로 한 체류 자격 유지가 가능하지만, 이를 증명하는 절차가 복잡하고 기간이 길다. 그 기간 동안 불안정한 체류 상태를 견뎌야 한다.


한국어가 안 되면 엄마도 할 수 없다

결혼이민 여성의 어려움은 폭력 피해 상황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일상적인 생활 전반에서 언어 장벽은 끊임없이 작동한다.

아이가 학교에서 가져오는 가정통신문을 읽지 못한다. 아이의 담임 선생님과 통화가 어렵다. 병원에서 증상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이런 일상의 어려움이 누적되면서 자존감이 낮아지고, 사회적 고립이 심화된다.

한국어 교육 지원이 있지만 육아 중인 여성이 교육 장소까지 이동해 수업을 듣는 것은 쉽지 않다. 온라인 교육이 대안이 될 수 있지만 디지털 접근성 문제가 또 다른 장벽이 된다.


이주 여성은 복지의 대상이기 전에 권리의 주체다

결혼이민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 중에는 동정과 시혜가 섞인 경우가 있다. 도움을 줘야 하는 취약한 존재로만 보는 시각이다. 그러나 이주 여성은 복지의 대상이기 전에 권리의 주체다.

안전하게 살 권리, 폭력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경제적으로 자립할 권리, 언어와 문화의 차이와 무관하게 동등하게 대우받을 권리. 이것은 시혜가 아니라 권리다.

체류 자격을 결혼 유지에 종속시키는 구조를 개선하고, 피해 여성이 가해자에 대한 두려움 없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한국어 교육과 취업 지원을 실질적으로 접근 가능한 방식으로 제공하는 것. 이주 여성이 한국 사회의 구성원으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인도주의의 문제이자 사회 통합의 문제다.

결혼해서 왔지만 보호받지 못하는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