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를 받으려면 먼저 스마트폰을 잘 다뤄야 한다.
과장처럼 들리지만 현실이다. 정부24, 복지로, 건강보험공단 앱, 주민센터 무인발급기. 각종 복지 신청과 서류 발급이 온라인과 모바일로 급속히 이동했다. 비대면 서비스 확대는 행정 효율을 높이고 대기 시간을 줄였다. 그러나 동시에 디지털 기기를 다루지 못하는 사람들을 제도의 바깥으로 밀어냈다.
디지털 기기 사용이 익숙한 사람에게 온라인 복지 신청은 편리함이다.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넘을 수 없는 장벽이다. 그리고 디지털에 취약한 사람은 대부분 복지가 가장 필요한 사람들과 겹친다.
누가 디지털에서 소외되는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고령층, 장애인, 저소득층, 농어촌 거주자의 디지털 역량은 일반 국민 평균의 60~70% 수준에 머문다. 스마트폰 보유율은 높아졌지만 실제 활용 능력은 다른 문제다.
70대 이상 노인의 경우 스마트폰은 있어도 앱 설치, 공인인증, 본인 인증 절차를 스스로 처리하는 것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장애인은 화면 구성과 인터페이스 자체가 접근하기 어렵게 설계된 경우가 빈번하다. 저소득층은 데이터 요금 부담으로 인터넷 사용 자체를 제한하기도 한다.
이들이 바로 기초생활수급, 주거급여, 의료급여, 각종 지원금의 주요 수혜 대상이다. 복지를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이 복지 신청 방법에 가장 접근하기 어려운 구조다.
온라인 전환이 만든 공백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행정이 급속히 확대됐다. 주민센터 방문 없이 온라인으로 처리할 수 있는 업무가 크게 늘었다. 긴급재난지원금, 소상공인 지원금, 백신 예약. 모두 온라인 신청이 기본이었다.
그 과정에서 디지털 소외 계층이 지원에서 뒤처지는 일이 실제로 발생했다. 긴급재난지원금 신청 당시 고령층과 장애인이 온라인 신청에 어려움을 겪으며 지원을 받지 못하거나 뒤늦게 받는 사례가 보고됐다. 가장 긴급하게 지원이 필요한 시점에 가장 취약한 사람이 소외됐다.

주민센터 창구를 줄이고 무인 단말기를 확대하는 방향도 문제다. 무인 단말기 앞에서 당황한 노인이 뒤에 선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결국 포기하고 돌아가는 장면은 드문 일이 아니다. 효율을 위한 디지털 전환이 사람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디지털 교육, 충분한가
정부는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해 노인과 장애인 대상 디지털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주민센터, 도서관, 노인복지관에서 스마트폰 사용법 강좌가 열린다.
그러나 교육의 속도와 디지털 전환의 속도가 맞지 않는다. 스마트폰 기본 사용법을 익혔는데 앱 인터페이스가 바뀌어 있거나, 새로운 인증 방식이 도입되어 있다. 디지털 환경은 계속 변하지만 교육은 한 번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교육 접근성도 문제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 농어촌 지역 거주자는 교육 장소까지 이동 자체가 어렵다. 찾아가는 디지털 교육 서비스가 있지만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다.
사람이 사라진 행정

디지털 전환의 가장 큰 부작용은 행정에서 사람이 사라지는 것이다. 창구 직원과 얼굴을 마주하고 상황을 설명하면서 도움을 받는 과정이 없어지고 있다. 기계 앞에서 혼자 해결해야 한다.
복지 행정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접촉은 단순한 편의의 문제가 아니다. 담당자와의 대화 중에 본인이 몰랐던 수급 자격이 발견되기도 하고, 신청을 포기하려던 사람이 도움을 받아 신청을 완료하기도 한다. 사람이 있는 창구는 정보 전달의 공간이기도 하지만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하는 접점이기도 하다.
디지털 전환은 되돌릴 수 없는 흐름이다. 그러나 디지털로 접근할 수 없는 사람을 위한 아날로그 경로를 함께 유지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다. 편리함을 위한 혁신이 취약계층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작동해서는 안 된다.
스마트폰을 못 다룬다는 이유로 복지를 받지 못하는 사회는 디지털 선진국이 아니다. 기술이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지, 사람이 기술에 맞춰야 하는지. 그 질문에 어떻게 답하느냐가 복지 국가의 방향을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