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와 복지, 폭염과 홍수 앞에서 가난한 사람이 먼저 죽는다

기후 위기는 모두에게 평등하지 않다.

2024년 여름 서울 최고 기온은 38도를 넘었다. 에어컨이 있는 집에 사는 사람과 없는 집에 사는 사람의 그 여름은 완전히 달랐다. 냉방비가 부담돼 에어컨을 켜지 못하는 노인, 창문도 제대로 없는 고시원에서 선풍기 하나로 버티는 청년, 비닐하우스 주거에서 폭염을 견디는 이주 노동자. 기후 재난의 피해는 취약계층에 불균형하게 집중된다.

기후 위기는 환경 문제인 동시에 복지 문제다. 이 연결을 보지 못하면 기후 대응도 복지 대응도 반쪽짜리가 된다.


폭염은 왜 가난한 사람에게 더 치명적인가

폭염 사망자의 대부분은 고령층과 저소득층에서 나온다. 이것은 우연이 아니다. 구조적 이유가 있다.

첫째, 주거 환경의 차이다. 단열이 안 되는 노후 주택, 지하나 옥탑 공간, 비닐하우스 거처는 외부 기온보다 실내가 더 뜨거운 경우가 많다. 부유한 가구는 냉방 시설을 갖춘 쾌적한 공간에 있지만, 취약계층은 열기가 집중되는 공간에 머문다.

둘째, 냉방 비용의 부담이다. 에어컨이 있어도 전기요금이 무서워 켜지 못하는 가구가 있다. 기초생활수급자 가구의 여름 전기 요금은 냉방 없이도 부담스러운 수준인데, 에어컨까지 가동하면 감당하기 어렵다. 에너지 빈곤은 폭염을 생존 위협으로 만든다.

셋째, 사회적 고립이다. 홀로 사는 노인은 폭염 속에서도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온열 질환 초기 증상을 혼자 감당하다 상태가 악화된 후에야 발견된다. 고독사와 폭염 사망의 교차점이다.


홍수와 침수, 누구의 집이 잠기는가

2022년 서울 폭우 당시 반지하 거주 가족이 침수로 사망했다. 이 사건은 기후 재난과 주거 빈곤의 교차점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같은 비가 내렸지만 고층 아파트에 사는 사람과 반지하에 사는 사람이 겪은 위험의 크기는 달랐다.

침수 피해는 지형적으로 낮은 곳에 집중된다. 그리고 낮은 곳의 주거는 대부분 저렴한 주거다. 반지하, 저지대 단독주택, 노후 빌라. 기후 재난의 위험 지도와 주거 빈곤 지도는 상당 부분 겹친다.

재난 이후 복구 과정에서도 불평등은 이어진다. 자가 보유자는 보험으로 피해를 일부 복구할 수 있지만, 세입자는 보상 경로가 제한적이다. 이재민 지원도 공식 주택 거주자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어 비주택 거처 거주자는 사각지대에 놓인다.


에너지 빈곤, 겨울도 문제다

폭염만이 아니다. 겨울 한파도 취약계층에게 더 치명적이다.

난방비를 감당하지 못해 추운 방에서 지내는 노인, 단열이 전혀 안 되는 노후 주택에서 겨울을 버티는 가구. 에너지 빈곤은 여름의 폭염과 겨울의 한파 사이에서 취약계층의 생존을 위협하는 연중 문제다.

정부는 에너지바우처 제도를 통해 저소득층의 냉난방 비용을 지원한다. 그러나 지원 금액이 실제 냉난방 비용을 충당하기에 부족하다는 지적이 꾸준하다. 기후 위기로 여름은 더 덥고 겨울은 더 춥고 더 길어지는 추세인데, 지원 수준은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


기후 복지, 새로운 개념이 필요하다

기후 위기 대응은 탄소 감축과 에너지 전환 중심으로 논의되는 경우가 많다. 중요한 방향이다. 그러나 기후 재난이 이미 현실이 된 지금, 피해를 불균형하게 받는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것도 기후 대응의 핵심이어야 한다.

기후 복지라는 개념이 필요한 이유다. 폭염 대피소의 접근성 개선, 노후 주택 단열 지원 확대, 에너지바우처 현실화, 침수 위험 지역 취약계층 이주 지원. 기후 재난으로부터 가장 먼저, 가장 크게 피해를 받는 사람을 먼저 보호하는 것. 기후 정책과 복지 정책이 함께 움직여야 하는 이유다.

폭염이 오면 에어컨을 켜면 된다는 말은 절반의 사람에게만 해당하는 말이다. 나머지 절반은 그 여름을 버티거나 버티지 못한다. 기후 위기 앞에서 불평등을 외면하는 사회는 재난에 취약한 사회다. 가장 약한 사람을 보호하는 것이 사회 전체의 회복력을 높이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