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 수원에서 세 모녀가 숨진 채 발견됐다. 생활고가 원인이었다. 그런데 이 가족은 복지 제도의 수혜 대상이었다. 신청만 했다면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끝내 신청하지 못했다. 제도는 있었지만 그들에게 닿지 않았다.
이것이 복지 사각지대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존재하고, 도움을 줄 제도도 존재하는데, 그 둘이 연결되지 않는 공간이다. 단순히 예산이 부족한 문제가 아니다. 제도 설계와 전달 방식의 문제다.
사각지대는 왜 생기는가
복지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몰라서 못 받는다. 복지 제도는 종류가 많고 복잡하다. 중앙정부 사업, 지방자치단체 사업, 공공기관 사업이 따로따로 운영된다.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알기 어렵고, 알아도 자신이 해당되는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 특히 고령층, 장애인, 문해력이 낮은 계층은 정보 접근 자체가 막혀 있는 경우가 많다.
둘째, 신청하기 어려워서 못 받는다. 복지 급여를 받으려면 서류를 준비하고, 주민센터를 방문하고, 심사를 기다려야 한다. 이 과정이 건강하고 여유 있는 사람에게도 번거롭다. 몸이 아프거나, 일을 쉬기 어렵거나, 혼자 사는 노인이라면 이 과정 자체가 장벽이 된다.
셋째, 낙인이 두려워서 안 받는다. 앞서 언급한 수원 세 모녀 사례처럼, 복지를 신청하는 것을 수치스럽게 여기는 문화가 있다. “남의 도움을 받으면 안 된다”는 인식이 도움이 절실한 순간에도 신청을 가로막는다.

제도의 문턱이 만드는 역설
복지 제도에는 수급 자격 기준이 있다. 소득이 기준 이하여야 하고, 재산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안 된다. 얼핏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이 기준이 오히려 사각지대를 만들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부양의무자 기준이다. 오랫동안 한국의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수급 신청자에게 부양할 능력이 있는 가족이 있으면 지원을 제한했다. 실제로 그 가족이 도움을 주든 안 주든 상관없이, 가족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지원에서 탈락하는 일이 벌어졌다. 왕래도 없는 자식 때문에 노인이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수없이 반복됐다.
부양의무자 기준은 2021년부터 생계급여에 한해 폐지됐지만, 여전히 일부 급여에는 남아 있다. 가족이 책임져야 한다는 과거의 논리가 제도 안에 남아 사람들을 밀어내고 있다.
수치로 본 사각지대의 규모
복지 사각지대가 얼마나 넓은지는 몇 가지 수치로 가늠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는 전체 인구의 약 5% 수준이다. 그런데 실제 빈곤 위험에 처한 인구는 이보다 훨씬 많다고 추정된다. 차상위 계층, 즉 수급 기준보다 조금 높은 소득이지만 실질적으로 생활이 어려운 계층이 수급자 수를 크게 웃돈다.
고독사 문제도 사각지대의 단면이다. 매년 수천 명이 아무도 모르는 채 홀로 세상을 떠난다. 이들 중 상당수는 복지 시스템에 연결되지 않은 사람들이다. 존재 자체가 행정에 포착되지 않은 채 삶을 마감한다.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한 접근
사각지대를 해소하려면 제도를 기다리는 방식에서 찾아가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신청주의에서 발굴주의로의 전환이 핵심이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직접 찾아와 신청하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국가와 지역사회가 먼저 그들을 찾아내야 한다. 복지 위기가구 발굴 시스템, 단전·단수·건강보험료 체납 등의 데이터를 활용한 위기 감지 체계가 그 방향의 시도다.
찾아가는 복지도 중요하다. 움직이기 어려운 노인, 장애인, 중증 환자에게 주민센터 복지 공무원이나 사회복지사가 직접 방문해 필요한 서비스를 연결해주는 방식이다. 제도를 알고 찾아올 수 있는 사람만 혜택을 받는 구조를 바꾸는 것이다.
낙인 문제도 제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복지 신청을 일반적인 행정 서비스처럼 자연스럽게 만들고, 수급 사실이 불필요하게 노출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이 필요하다.

복지 예산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예산이 실제로 필요한 사람에게 닿아야 한다. 제도가 존재한다는 것과 제도가 작동한다는 것은 다른 말이다.
수원 세 모녀의 죽음 이후 비슷한 비극이 반복됐다. 매번 대책이 나왔고, 매번 사각지대는 다시 드러났다. 복지 사각지대는 예외적인 사고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다. 그 구조를 바꾸는 일이 복지 정책의 진짜 과제다.

